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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친 뒤라 그런지 공기가 축축하고 진한 풀내음이 났다. 광주에 내려온 건 오랜만이었다. 어쩌다 보니 일정이 겹쳐서, 아니 솔직히 말하면 일부러 겹치게 만들었다. 강아지랑 함께하는 여행지를 찾다 보니 어느새 광주 애견동반 펜션 검색을 하고 있었으니까. 사실 처음엔 서울 근교로 발길을 돌릴까 했는데, 친구가 광주에 새로 생긴 카페가 너무 좋다며 사진을 보내온 게 결정타였다.
카페 문 앞에서 낯선 사람에게 꼬리를 흔든 아이
그렇게 도착한 곳은 주택가 골목 안쪽에 자리 잡은 작은 카페였다. 간판도 요란하지 않아서 한참을 헤맸다. 문을 열자마자 따뜻한 원두 향이 확 풍겼고, 바닥에는 이미 다른 강아지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우리 아이는 원래 낯가림이 좀 있는데, 그날따라 신기하게도 바로 옆에 앉은 포메라니안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했다. 꼬리가 마치 부채처럼 흔들리더라.

창가 자리에 앉아 주문한 고구마 라떼는 정말 부드러웠다. 그런데 아이가 더 좋아한 건 따로 준비해주는 강아지용 수제 간식이었다. 작은 접시에 담긴 고구마 스틱을 한입에 물고는 눈을 반짝이면서 나를 쳐다봤다. “더 달라”는 표정이 너무 뻔해서 웃음이 났다. 그 순간, 이렇게 개와 사람이 어색하지 않게 어울리는 공간이 있다는 게 참 고마웠다.
좁은 골목길이라도 발걸음은 가벼웠다
카페 안은 생각보다 넓지 않았지만, 테이블 간격이 넉넉해서 강아지끼리 부딪힐 걱정은 없었다. 다만 주차가 좀 까다로웠다. 골목이 좁아서 차를 대기가 쉽지 않았고, 결국 한 블록 떨어진 공영주차장을 이용했다. 이런 건 미리 알아두면 좋겠다 싶어서 말해본다. 주말에는 자리가 없을 수도 있으니 오픈 시간에 맞춰 가거나, 아니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훨씬 마음 편할 거다.
그런데 말이지, 카페에 앉아 아이가 다른 강아지들과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 여행지에서의 시간은 결국 어디를 가느냐보다 누구와 어떻게 머무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 그런 점에서 이번 광주 나들이는 우리한테 참 잘 맞는 선택이었다. 사실 다음엔 여기서 하룻밤 묵을 수 있는 광주 애견동반 펜션을 찾아보려고 벌써 지도를 보고 있다. 카페에서 만난 견주분이 추천해준 곳이 있는데, 꽤 괜찮다고 하더라.

해질녘에 걸은 산책로가 마지막을 장식했다
카페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나오니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근처에 작은 공원이 있다는 걸 알고 가봤는데, 운동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이들도 많아서 강아지 목줄을 짧게 잡고 천천히 걸었다. 우리 아이는 바닥에 떨어진 벚꽃잎을 코로 콩콩 찔러보며 신나게 걸었다. 가끔씩 뛰어가다가도 내가 멈추면 뒤를 돌아보며 기다리는 그 눈빛, 여행의 피로가 다 풀리는 순간이었다.
광주는 생각보다 반려견에게 친절한 도시였다. 카페 직원도, 지나가던 시민들도 아이를 보며 먼저 웃어주었다. 서울에서 자주 느끼던 눈치 보는 마음이 없었다. 다음에는 꼭 펜션에서 하룻밤 묵으며 아침 산책을 하고 싶다. 아이가 이렇게 좋아하는 도시라면, 더 천천히 함께 걸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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