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강원도에 다녀왔다. 사실 이번 여행은 급하게 계획하게 된 거였다. 친구가 강릉 근처에서 멍멍이를 키우는 지인을 만나기로 했는데, 하필 그날 날씨가 흐렸다. “비 올까 봐 걱정된다”는 친구의 문자에 나는 오히려 “산책하기 딱이야, 사람 없으니까”라며 유쾌하게 답장을 보냈다. 우리 강아지 두부는 비 오는 날을 특히 좋아하니까.
비 내리는 송도 애견 운동장
도착한 곳은 인천 송도가 아니라, 강원도에 있는 한 애견 운동장이었다. 이름도 송도였는데, 강원도 송도는 바다와 가까워서 공기가 유난히 짜릿했다. 운동장에 들어서자마자 두부는 평소와 달랐다. 보통은 낯선 곳에 가면 꼬리를 세우고 조심조심 걷는데, 이곳에서는 마치 오래된 놀이터를 찾은 아이처럼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잔디가 물에 젖어서 미끄럽긴 했지만, 그게 오히려 더 재미난 듯 발을 동동 구르며 이리저리 달렸다. 몇 번은 넘어질 뻔했지만, 그러면서도 꼬리는 하늘을 향해 활짝 펼쳐져 있었다.

주차장은 운동장 바로 옆에 있어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진입할 수 있었다. 비 오는 날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어서 더 좋았다. 두부를 풀어놓고 잠시 숨을 고르는데, 바닷바람이 풀 냄새와 섞여서 코끝을 간질였다. 실용적인 팁을 하나 주자면, 운동장 입구에 있는 음수대가 생각보다 깨끗하지 않았다. 그래서 미리 물병을 챙겨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를 향한 산책로
운동장을 한참 즐긴 후, 옆에 있는 산책로로 발길을 돌렸다. 이 길은 송도 바다를 따라 이어져 있었는데, 두부는 바닷가를 처음 봤다.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살짝 놀라 뒤로 물러서다가, 다시 호기심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았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한참을 웃었다. 길은 부드러운 흙길이라서 강아지 발바닥에 부담이 없었고, 곳곳에 벤치도 있어서 잠시 앉아 쉬기에 좋았다. 다만, 모래사장 구간이 몇 군데 있어서 신발에 모래가 잔뜩 끼었다는 게 단점이었다. 하지만 두부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그런 사소한 불편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해질녘 즈음, 다시 운동장으로 돌아와 잠시 앉았다. 비가 그치고 하늘이 맑아지면서 노을이 바다를 물들였다. 두부는 내 옆에 누워서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눈빛은 여전히 반짝였다. “오늘 정말 재미있었지?” 하고 중얼거리며 털에 묻은 풀잎을 떼어줬다.
떠나는 길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두부는 깊이 잠들었다. 꿈속에서도 발을 움직이며 뛰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강원도 송도는 아쉽게도 내가 기억하는 인천 송도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지만, 그만큼 더 특별한 하루였다. 다음에는 날씨 좋은 날 다시 와서 바다에 발이라도 담그고 싶다. 두부는 그때도 신나게 뛰어다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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