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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대전의 공기가 제법 차가웠다. 트렁크에 짐을 싣는데도 강아지가 벌써부터 앞좌석 발밑에서 꼬리를 흔들며 보챘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한밭수목원의 나무들이 스쳐 지나가고, 유성톨게이트를 지나면서부터는 마음이 조금씩 들뜨기 시작했다. 사실 이번 여행은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일이었다. 인터넷에서 거제도 애견동반 펜션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발견한 작은 숙소가 마음에 걸렸는데, 그곳의 바다 전망 사진 한 장이 몇 주째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바다를 처음 본 녀석의 반응
거제도에 도착했을 때쯤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숙소 문을 열고 테라스로 나가자 그 순간, 강아지가 잠시 멈칫했다. 평소엔 낯선 곳에 가면 먼저 냄새부터 맡고 들어가는 녀석인데, 눈앞에 펼쳐진 잔잔한 바다를 보더니 한동안 가만히 서서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바닷바람이 털 사이로 스치자 그제서야 현실을 깨달은 듯 꼬리를 흔들며 테라스 난간에 앞발을 올렸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긴 운전이 다 괜찮아지는 기분이었다.

거제도 애견동반 펜션을 고를 때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역시나 울타리였다. 이곳은 방마다 독립된 마당이 있어서 목줄 없이도 마음껏 뛰어놀게 해줄 수 있었다. 나는 바닥에 앉아 녀석이 마당을 한 바퀴씩 도는 모습을 구경하는데, 그 속도가 하루가 다르게 빨라지는 게 재미있었다. 낯선 공간에서도 편안해하는 걸 보니,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산책길의 작은 발견
해 질 무렵, 숙소 근처 해안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강아지는 리드줄을 살짝 당기며 앞서가다가도, 발밑으로 작은 게가 지나가면 멈춰 서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소 도심 산책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 몇 걸음 걷다 보니 작은 포토존이 나왔고, 거기엔 벤치가 있어서 잠시 앉아 노을을 바라봤다. 주차 공간이 협소한 곳이 많다고 들었는데, 다행히 이 근처는 한적한 시간대라 차가 거의 없어서 여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
밤이 되자 숙소로 돌아와 테라스에서 강아지와 함께 앉아 있었다.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유난히 또렷했다. 녀석은 내 무릎에 턱을 얹고 눈을 감았다가, 가끔씩 코를 킁킁거리며 바닷내음을 맡았다. 그런 모습이 왠지 지친 하루를 풀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문득, 여행이라는 게 결국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떠나왔지만 오히려 평소보다 더 가까이에서 서로를 느끼는 시간.

대전으로 돌아가는 길
다음 날 아침, 짐을 싸며 마당을 한 바퀴 돌았다. 강아지가 마지막으로 테라스 난간에 발을 올리고 바라보는 바다는 여전히 잔잔했다. 차에 올라타는데도 녀석이 뒷좌석에서 창밖을 계속 바라보는 게, 아쉬운 마음이 전해지는 듯했다. 대전까지 돌아오는 길은 왔을 때보다 훨씬 짧게 느껴졌다. 아마도 좋은 기억이 속도를 빠르게 한 모양이다.
벌써 다음 여행지를 생각하고 있다. 이번에는 동해안 쪽을 알아보려고 한다. 물론, 또다시 거제도 애견동반 펜션을 찾게 될지도 모르겠다. 녀석이 그렇게 좋아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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