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애견동반 펜션을 예약한 건 순전히 날씨 때문이었다. 경주 보문호 쪽으로 반려견과 함께 가는 여행을 계획하고 있었는데, 마침 부산에 비 소식이 잔뜩 끼어 있었다. 흐린 날의 호수도 나름 운치 있겠지만, 비 맞은 강아지 씻기고 수건 돌리고 난리를 치르는 건 이미 지난여름에 충분히 겪었다. 그래서 숙소를 부산으로 잡고, 첫날은 실내 위주로 쉬다가 다음 날 경주로 넘어가기로 했다. 부산에서 경주까지는 차로 한 시간 남짓이니, 이 정도면 동선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부산 애견동반 펜션, 생각보다 넓은 마당에 강아지가 먼저 뛰어들었다
도착하자마자 강아지가 차 문이 열리기도 전에 코를 벌름거리며 낑낑대기 시작했다. 낯선 냄새가 꽤 흥미로웠던 모양이다. 목줄을 채우자마자 마당 쪽으로 곧장 달려가는데, 잔디가 깔린 공간이 꽤 넓어서 줄을 풀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다행히 펜션 사장님이 “울타리가 튼튼하니까 잠깐 풀어놔도 괜찮다”고 해서 목줄을 풀어줬더니, 마당을 세 바퀴쯤 돌고는 낙엽 더미에 코를 박고 한참을 뒤적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 이 여행 잘 왔다’ 싶었다.
주차는 건물 바로 앞에 두 대 정도 댈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짐이 많으면 입구까지 차로 붙일 수 있어서 편했다. 다만 저녁에는 근처 식당들이 대부분 반려동물 동반이 안 돼서, 우리는 배달 음식을 시켜 펜션 테라스에서 먹었다. 강아지는 옆에서 간식을 씹으며 우리 밥상을 한참 올려다봤다. 그 눈빛에 결국 닭가슴살 한 조각을 내주고 말았다.
보문호로 넘어가는 길, 호수 바람에 강아지 귀가 나풀거렸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부산을 출발해 경주 보문호에 도착했다. 호수를 따라 난 산책로는 잘 정비되어 있어서 강아지와 걷기에 부담이 없었다. 물가 쪽으로 다가가자 강아지가 파도 소리에 잠깐 멈춰 서서 귀를 쫑긋 세우더니, 이내 물가에 발을 담그고 첨벙거리기 시작했다. 겨울이라 물이 차가웠을 텐데도 신나서 몇 발짝씩 앞으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오리들이 멀리 떠 있는 걸 보고는 한참 동안 자세를 낮추고 응시만 하다가, 결국은 체념하고 돌아섰다. 그 뒷모습이 왠지 웃겼다.
보문호 주변은 산책로 중간중간 벤치가 있어서 쉬어가기 좋았고, 카페 몇 곳은 야외 테이블에 강아지를 데리고 앉을 수 있었다. 다만 주말 오후에는 사람이 꽤 많아지니, 느긋하게 걷고 싶다면 아침 일찍 가는 걸 추천한다. 우리는 오전 열 시쯤 도착했는데, 그때만 해도 호수 전체가 거의 우리 차지였다.

부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시 들른 그 펜션
경주에서 하루를 보내고 다시 부산 애견동반 펜션으로 돌아왔다. 체크아웃 전에 강아지를 다시 마당에 풀어줬더니, 첫날보다 훨씬 능숙하게 자기 자리를 찾아 누웠다. 낯가림이 심한 편인데 이틀 만에 이 정도면 꽤 만족한 얼굴이었다. 펜션 사장님도 “우리 집 강아지랑 친구 먹은 것 같다”고 웃으셨다.
이번 부산 여행은 화려한 관광지보다는 강아지와 함께 느긋하게 쉬는 데 초점을 맞췄는데, 그 목적에는 잘 맞는 일정이었다. 다음에는 날이 좀 더 풀리면 남해 쪽으로 내려가서 해변 산책로를 걸어보고 싶다. 강아지가 모래사장에서는 또 어떤 표정을 지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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