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산골짜기에서 자란 나는, 가을만 되면 왜 사람들이 바다로 몰려가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유난히 짧았던 가을이 아쉬워서였을까. 어느 날 아침, 창밖으로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보는 순간 “가자, 속초로”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반려견 토리(4살, 말티푸)가 짖는 소리에 눈을 맞췄다. 그 눈빛이 말했다. “이번엔 어디로 가는 건데?”
속초에 도착했을 때, 바다는 생각보다 잔잔했다. 파도 소리가 은은하게 귀를 간지럽혔고, 토리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닥에 코를 대고 냄새를 열심히 맡았다. 첫인상은 ‘아, 여기 정말 강아지와 오길 잘했구나’였다. 우리는 속초 반려견 동반 카페를 몇 군데 검색하다가, 바다가 바로 보이는 조용한 골목에 자리 잡은 작은 카페에 들어갔다. 문 앞에 “반려견 환영”이라고 적힌 나무 팻말이 반가웠다.
바다를 바라보며, 토리와 나란히
카페 안은 아늑했다. 창가 자리에 앉으니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토리는 주인의 무릎 위에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평소엔 사람만 보면 꼬리를 흔들며 반가워하던 녀석이, 오늘은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평화로워서 나는 커피가 나오기 전까지 한참을 그걸 지켜보았다. 아메리카노와 강아지 전용 수제 간식을 주문했다. 토리는 간식 냄새를 맡고서야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너 참, 분위기 타는구나.”
이 카페는 실내가 넓고 통유리라서 반려견이 창밖 풍경을 감상하기 좋았다. 무엇보다 주차 공간이 넉넉해서, 강아지와 짐을 옮기느라 허둥대는 나 같은 보호자에게는 큰 위안이었다. 토리는 카페 안에서 다른 강아지들도 만났다. 서로 꼬리를 흔들며 인사하고, 잠시 장난도 치고, 다시 주인 곁으로 돌아왔다. 그런 자연스러운 흐름이 마음에 들었다. 시끄럽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조용하지도 않은, 말하자면 ‘반려견과 사람이 함께 쉬는’ 분위기가 이곳에 있었다.
해변 산책, 그리고 작은 발견
카페를 나와 해변으로 걸어갔다. 토리는 모래 위를 신나게 뛰어다녔다. 순간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싶은지 파도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다가, 차가운 물결에 놀라 뒤로 물러서는 걸 반복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강아지가 처음 바다를 경험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도 함께 설레게 된다. 잠시 후 해변가 벤치에 앉아 가을 바다를 바라보았다. 토리는 내 옆에 앉아 바람 냄새를 맡고 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 건데, 속초에는 생각보다 반려견과 함께하기 좋은 공간이 많았다. 특히 우리가 들른 속초 반려견 동반 카페는 그중에서도 조용하고 깨끗해서 재방문 의사가 확실히 생겼다. 물론 모든 곳이 완벽할 순 없다. 아쉬웠던 점은 해변 일부 구역에서 반려견 출입이 제한된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개장 시간 전이나 해질 무렵, 사람이 적을 때를 잘 맞추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런 건 미리 검색만 잘해도 충분히 해결되는 문제였다.
돌아오는 길에
해가 지기 시작하자 속초의 밤바다는 또 다른 색으로 물들었다. 토리는 차에 오르자마자 뒷좌석에서 푹 잠이 들었다. 그 잠든 얼굴을 보면서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 또 오자. 그다음엔 강릉 쪽으로도 가볼까?” 여행의 끝은 언제나 다음 여행을 꿈꾸게 만든다. 이번 가을, 속초에서 보낸 하루는 그런 꿈을 하나 더 안겨주었다. 가을바다와 강아지, 그리고 따뜻한 커피 한 잔이면 충분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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