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보낸 한겨울의 봄날, 제주 애견동반 펜션에서 꼬리 흔들며 놀던 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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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제주 바람이 유난히 차갑게 느껴지는 건, 아마도 이 녀석 때문일 거야. 우리 집 말티즈 ‘콩이’가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본 날이라서. 보통 제주 여행 하면 카페 투어나 감성 숙소를 떠올리지만, 나는 이번 여행의 중심을 완전히 다르게 잡았어. 바로 반려견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있는 집을 찾는 거였지. 그래서 도착한 곳이 전북 군산에 있는 유명한 애견 놀이터와 연계된 제주 애견동반 펜션이었어. 제주에 왜 군산? 싶겠지만, 이 펜션의 대표가 전북에서 운영하던 반려견 카페의 노하우를 그대로 가져와서 만든 곳이라더라고. 사실 어디에 있든, 콩이가 마음껏 뛸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했어.

도착해서 짐을 풀자마자 우리는 펜션 옆에 자리 잡은 넓은 잔디 운동장으로 향했어. 제주도라서 그런지 풀 냄새가 유난히 진하고, 바람이 잔디를 스치며 파도를 만드는 것처럼 출렁였어. 콩이는 처음에는 낯선 땅에 긴장한 듯 제 발 밑만 핥다가, 이내 바람 냄새를 맡더니 갑자기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어. 네발이 땅에 닿을 새 없이 폴짝폴짝, 마치 스프링이라도 달린 것처럼. 다리가 짧아서 걱정했는데, 잔디 위에서는 그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어. 나는 운동장 가장자리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콩이가 뛰노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어. 바람이 콩이의 귀를 뒤로 쓸어 넘기고,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폰으로 사진을 수십 장은 찍었던 것 같아. 이럴 때를 위해서 이 먼 길을 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지.

제주에서 보낸 한겨울의 봄날, 제주 애견동반 펜션에서 꼬리 흔들며 놀던 그 시간

여기서 잠깐, 이 펜션을 고르면서 내가 가장 신경 썼던 건 방 안에서의 스트레스였어. 다른 집처럼 좁은 방에 가둬두면 밤새 울어댈 게 뻔하니까. 그런데 다행히 이 제주 애견동반 펜션은 방 밖에 전용 테라스가 있고, 그 테라스와 운동장 사이에 아무런 울타리 구분이 없더라고. 즉, 문만 열어두면 콩이가 알아서 운동장을 드나들 수 있는 구조였어. 저녁에 삼겹살을 구워 먹는데도 콩이는 방 안에 있지 않고, 문턱에 앉아 불을 쬐며 잡내를 맡고 있었어. 어쩌면 그때가 콩이가 이 여행에서 온전히 편하다고 느낀 순간이 아니었을까. 밤공기가 쌀쌀해지기 전까지 우리는 테라스에서 차를 마시며 아무 말 없이 시간을 보냈어. 말이 없어도 불편하지 않은 침묵이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것 같았어.

운동장보다 좋아했던 그들만의 바다

둘째 날 아침, 펜션 주인이 근처에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작은 해변이 있다고 귀띔해줬어. 사람들은 잘 모르는 곳이라는데, 가보니 정말 한적했어. 콩이는 이전에 본 적 없는 넓은 모래밭을 보자마자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앞발로 모래를 파기 시작했어. 파면 팔수록 얼굴에 모래가 묻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반려견에게 ‘자유’란 이런 것이라는 걸 알려주기라도 하듯 신나서 뒹굴었어. 파도가 밀려왔다가 물러갈 때마다 콩이는 물방울을 피해 도망가고, 다시 쫓아가고를 반복했어. 강아지가 이렇게 순수하게 자연을 즐기는 모습을 보니, 우리가 흔히 ‘놀이터’라고 부르는 장소가 사실은 사람을 위한 공간이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어. 콩이에게는 이 넓은 해변이 진정한 놀이터였던 거지. 나는 이 장면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서, 비록 부족하지만 영상으로도 남겨두었어. 나중에 힘든 하루를 보낼 때 꺼내 보려고.

제주에서 보낸 한겨울의 봄날, 제주 애견동반 펜션에서 꼬리 흔들며 놀던 그 시간

여행의 끝에서 다시 찾은 일상의 소중함

마지막 날, 우리는 다시 그 운동장에서 시간을 보냈어. 아침 햇살이 잔디에 이슬을 반짝이게 하고 있었는데, 콩이는 그제야 이곳이 곧 떠날 곳이라는 걸 아는지 제 발 앞의 풀잎을 물어뜯으며 아쉬워하는 듯했어. 짐을 싸면서 문득 이번 여행의 의미를 곱씹게 되더라고. 결국 우리는 어딜 가나 같은 밥을 먹고 같은 잠을 자는 존재인데, 그 장소가 낯설면 반려견도 사람도 예민해지기 마련이잖아. 그런데 이번처럼 서로에게 필요한 것만 있는 공간을 만나면, 여행이 ‘도피’가 아니라 ‘충전’이 된다는 걸 느꼈어. 집에 돌아와서도 콩이는 며칠 동안 유난히 잠을 깊게 잤고, 나는 다음 여행지를 벌써 고민하기 시작했어. 아마도 같은 방식으로, 콩이의 발이 편한 곳을 찾아서. 그리고 언젠가는 이곳처럼 좋았던 제주 애견동반 펜션에서 보낸 시간을 추억하며 또 다른 섬으로 떠나겠지. 그날이 오면 콩이와 나는 또 어떤 새로운 놀이터를 발견하게 될까. 그때도 반드시 콩이의 꼬리는 쉬지 않고 흔들리고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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