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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람은 역시나 거셌다. 지난주, 우리 집 막내 댕댕이와 함께 제주도로 떠났다. 사실 비행기를 타는 내내 긴장했는데, 막상 도착해서 숙소로 향하는 길목에서 맞이한 제주의 하늘은 그런 걱정을 씻어주기에 충분했다. 우리가 묵은 곳은 제주 애견동반 펜션 중에서도 마당이 널찍한 곳이었는데, 아이가 처음으로 잔디 위를 맨발로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니 모든 준비가 보람차게 느껴졌다. 사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아이에게 처음으로 바다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자갈치 시장, 그곳은 작은 모험
제주에 도착한 첫날, 우리는 서귀포 쪽 자갈치 시장을 찾았다. 이름은 낯익지만 부산과는 또 다른 정취가 있는 곳이다.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아이가 코를 바닥에 대고 열심히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갓 잡아 올린 전복과 성게 내음, 그리고 바닷물에 젖은 돌 바닥의 촉촉한 기운까지. 아이는 꼬리를 흔들며 이리저리 돌아다녔고, 마치 “여긴 냄새가 천국이야!”라고 말하는 듯했다.

시장 안은 생각보다 좁고 사람들도 많았지만, 다행히 대부분의 상인들이 반려견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한 할머니는 “아이고, 강아지가 여길 웬일이노?” 하시며 아이에게 손수건으로 닦은 조그만 문어 다리를 내미셨다. 나는 당황했지만, 아이는 그 손길이 좋은지 꼬리를 더 열심히 흔들었다. 이런 뜻밖의 온기가 여행의 기억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바다 앞에서 멈춰버린 우리 강아지
자갈치 시장을 한 바퀴 돌고 나니, 바로 옆에 작은 방파제가 보였다. 그곳에 앉아 잠시 쉬기로 했다. 그런데 아이가 바다를 처음 보는 순간, 완전히 굳어버렸다. 앞발을 살짝 들고,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고개를 갸웃하며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평소 집에서는 장난감 하나만 던져도 날뛰는데, 그 넓은 푸른빛 앞에서는 경외심이라도 느끼는 듯했다.
잠시 후, 용기를 낸 건지 발끝에 살짝 닿은 물결에 혀를 내밀어 핥아보더니, 그 짠맛에 놀란 표정으로 내 쪽으로 달려왔다. 그 표정을 보고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이에게 이 순간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어쩌면 몇 년 후에도 바다 냄새만 맡으면 꼬리를 흔들지도 모르겠다.

숙소로 돌아가며, 그리고 다음을 꿈꾸며
해질녘, 우리는 다시 제주 애견동반 펜션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차 안에서 아이는 창밖을 보다가 곧 깊은 잠에 빠졌다. 하루 종일 새로운 냄새와 풍경을 따라다닌 게 피곤했나 보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덩달아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
제주에서의 첫날은 이렇게 순식간에 지나갔다. 자갈치 시장의 정겨운 인심, 아이의 호기심 가득한 눈빛, 그리고 펜션 마당에서 함께 본 별빛까지. 모든 순간이 소중했다. 다음에는 어디로 데려가 볼까. 아마도 아이가 가장 좋아할 만한 숲길을 찾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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