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그치고 난 아침, 창문 너머로 보이는 속리산 자락이 유난히 선명했다. 충북 보은에 있는 작은 펜션에서 눈을 뜨자마자 옆에서 자고 있는 내 강아지 ‘또리’가 코를 벌름거리며 깨어났다. 사실 이번 여행은 무작정 떠난 거였다. 주말마다 찾는 경북 영양의 오지 트레킹에 지쳐, 좀 더 가까우면서도 덜 알려진 곳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충북 애견동반 펜션을 검색했고, 마침 예약이 가능한 곳이 있어 바로 달려온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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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리 콧잔등이 빛나던 그곳
도착한 펜션은 생각보다 아담했다. 마당에 잔디가 깔려 있고, 울타리도 낮아서 또리가 신나서 뛰어다니기에 딱 좋았다. 주인장이 내민 환영 간식에 꼬리를 흔들던 또리는 잠시 후부터 유리문 너머로 보이는 뒷산을 졸졸 따라가겠다고 보채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는 간단히 배낭을 꾸려 펜션 뒤에 나 있는 임도를 따라 걸었다.

길은 생각보다 가팔랐다. 하지만 또리는 내 발걸음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낙엽을 밟는 소리에 한 번씩 고개를 갸웃했다. 특히 평소에는 개의치 않던 바위 틈에서 올라오는 물 냄새를 맡고는 한참을 코를 박고 서 있더라. 그 모습이 우스우면서도 왠지 모르게 치유되는 기분이었다. 경북 영양에서 봤던 광활한 능선과는 달리, 이곳 충북의 산길은 울창하고 아늑해서 오히려 반려견과 함께 걷기에 더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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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에서의 저녁, 그리고 작은 깨달음
산에서 내려와 펜션으로 돌아오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펜션 데크에 깔아준 방석에 또리는 지친 듯 엎드려 있었다. 나는 근처 마트에서 사 온 유기농 채소와 간단한 반찬으로 저녁을 차렸다. 창밖으로 보이는 속리산의 노을이 붉게 물들고, 또리는 저녁 내내 내 무릎에 코를 박고 잠들었다.

이런 순간이 반려견 여행의 전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멀리 갈 필요도, 유명한 명소를 찍을 필요도 없다. 그저 반려견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조용히 산책할 수 있는 길이 있으면 그게 최고의 여행이다. 충북 애견동반 펜션은 이런 점에서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주차도 넉넉했고, 주변에 반려견 동반 식당이 몇 곳 더 있어 다음에 또 오면 다른 코스도 걸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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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목적지를 기약하며
이튿날 아침, 펜션을 나서며 또리가 뒤를 돌아보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다음에는 단양 쪽으로 가서 남한강 자락을 따라 걸어볼까? 아직 가보지 못한 충북의 숨은 길이 많다는 걸 이번 여행에서 다시 깨달았다. 당장 다음 달 계획을 세워야겠다. 또리가 또 신나서 뛸 그 길을 상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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